초상화

비단에 수묵채 20세기 76 x 48 cm

비단에 수묵채
20세기
76 x 48 cm

<초상화>는 오사모(烏紗帽)에 녹색 단령(團領)을 입고 정면을 바라보고 가볍게 공수를 하고 있는 반신상으로, 이러한 정면관은 취각(取角)이라 일컫는다. 정면관의 초상화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좌안7분면, 즉 약간 측면이 드러난 초상화보다 수량이 적은 편이다. 이와 같은 정면관의 초상화는 숙종연간 이후 중국으로부터 도입되어 제작되기 시작했으며, 근대기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제작된다. 특히 석지 채용신은 정면관의 초상화를 다수 제작한 바 있다. 단령은 암녹색 바탕으로 선염(渲染)한 짙은 녹색으로, 쌍학흉배에 삽금대(鈒金帶)를 둘렀다. 공수자세로 인해 소매가 앞쪽으로 늘어져 있으며, 옷주름은 음영을 사용하여 질감을 살려냈다. 사모의 높이가 매우 낮고 모정(帽頂)이 둥글며 양각의 길이가 짧고 앞쪽으로 많이 굽어 있는데 이는 조선말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앞쪽으로 굽은 양각을 표현하기 위해 양각의 단면에 하이라이트를 처리하여 입체감을 살리고 있다. 단령은 깃이 패이고 옷고름이 달려있으며, 운문의 표현이 전 시대와는 달리 운두와 꼬리가 만(卍)자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보문의 크기도 커졌다. 의복의 밝은 부분에 밝은 색의 녹색 계열의 안료를 사용하여 처리해 줌으로써 강한 촉감적 질감과 주름을 묘출했다. 인물의 얼굴은 갈색의 선으로 붓질의 양을 조절하여 음영과 양감을 살려 입체감이 살아있다. 전체적인 얼굴 윤곽을 적갈색으로 처리하고 전체적인 면처리에 집중하였으며, 붓질의 양에 차등을 두어 양감을 표현하고 이에 색을 더해 한 층 더 사실적인 묘사가 가능하게 했다. 눈꺼풀은 짙은 색으로 선을 긋고 속눈썹을 표현했으며, 눈동자의 표현은 동공을 검게 칠하고 홍채 주위로 그라데이션을 주었다. 체모(體毛)의 표현 중 눈썹의 표현은 인물이 지니고 있는 양 눈썹의 미세한 형태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사실적 묘사에 충실하고 있다. 입술의 표현은 자주빛의 색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그려준 뒤 좀 더 어두운 적갈색을 사용하여 입술이 맞닿은 부분과 외곽에 음영을 처리했다. 작품의 전체적인 표현기법이 석지 채용신의 작품에서 사용되는 기법과 상당부분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출품작은 근대기 석지 채용신(石芝 蔡龍臣, 1850-1941)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 또는 석지가 운영한 ‘채석강도화소(蔡石江圖畵所)’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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