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므

무쇠 19세기 86(d) x 48(h) cm

무쇠
19세기
86(d) x 48(h) cm

드므란 ‘넓적하게 생긴 큰 독’이라는 뜻으로 궁궐의 정전, 사찰의 대웅전과 같이 중요한 건물 네 모 서리에 물을 담아 배치하는 거대한 무쇠 기물이다. 불이 날 때 이를 끄기 위한 방화수를 담아 놓기 위한 실용적 목적도 있으나, 드므는 상징성이 더욱 강한 기물이다. 사람들은 건물에 불을 지르기 위 해 침입한 화마가 드므 속 물에 비친 자신의 험상궃은 생김새에 놀라 도망갈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 서 드므는 안전하게 재산과 삶의 공간을 보호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기원을 담는 의미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유물을 고대 중국에서는 문 앞에 있는 바다라 하여 ‘문해(門海)’라고 불렀으며, 문 안으로 들어오려는 화마를 막아 상서로움을 보존하므로 ‘길상항(吉祥缸)’이라고도 불렀다.

출품작은 따로 주조한 반구형 저부와 직립한 부분, 입구 부분을 접합하여 삼발 다리쇠 위에 얹었다. 직립부에는 하단 2조, 상단 3조의 돌대를 돌렸으며, 그 사이에는 거치문을 돋을새김한 후 칸마다 화문을 올렸다. 그 중 한 칸에는 작은 글씨 두 글자 아래로 세 글자 명문을 양각하였다. 마모로 인하 여 정확한 글씨를 판별하기에는 어려우나, “회녕(會寧: 모인 사람들의 안녕함)”과 “천흥상(天興祥: 하늘이 일으킨 상서로움)”이라는 글자로 판단된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中和殿)앞에 놓인 드므 에는 대한제국 선포 후 자주국으로서의 국권 유지에 대한 염원을 담아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만세(萬世)”라는 글자를 양각한 바 있다. 이처럼 드므의 명문은 주인의 바램이 가득 담긴 물과 같이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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